폐색전증 

 Pulmonary embolism 


  •  폐색전증이란? 

폐색전증 또는 폐동맥색전증이란 혈전(피떡)이 폐혈관으로 이동(색전)해 폐혈관의 흐름을 막아 적절한 혈액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질환입니다. 이로 인해 산소 교환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호흡곤란, 흉통, 기침, 객혈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납니다. 심한 경우에는 혈전이 폐혈관의 흐름을 완전히 막고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에도 영향을 끼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입니다.
폐색전증의 원인은 대부분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으로,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을 합쳐 정맥혈전색전증이라고도 합니다. 정맥혈전색전증은 비교적 흔하고 사망률이 높은 질병이지만, 매우 다양한 임상적인 상태에서 발생하므로 진단이 늦어져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맥혈전색전증은 인구 1,000명당 1.9명 정도에서 발생하며, 남자에서 더 많고 연령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정맥혈전색전증은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항응고요법이 치료의 기본이며, 신속한 항응고요법은 사망률을 10% 미만으로 감소시키지만 치료받지 않은 폐색전증의 사망률은 30%에 이릅니다. 혈전용해제와 보조 치료는 중증 환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정맥혈전색전증은 재발 방지와 만성 합병증 관리를 위해 반드시 장기 추적 관찰을 받아야 합니다.


  •  폐색전증의 원인 

폐색전증의 주요 원인은 다리 혈관(정맥)에 발생하는 심부정맥혈전증(심재성 정맥혈전증)으로, 심부정맥이란 근육 안쪽 깊은 곳에 있는 정맥을 뜻합니다. 폐색전증은 대부분 심부정맥혈전증에 의해 발생하고, 심부정맥혈전증의 약 40~50%에서 폐색전증이 발생합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은 크게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뉩니다. 혈전이 종아리 정맥에 국한되어 있는 원위부(심장에서 더 멀리 있는 쪽) 정맥혈전증과 오금이나 대퇴 혹은 장골 정맥을 침범한 근위부(심장에 더 가까이 있고 크기가 큰 혈관) 정맥혈전증입니다. 이 가운데 근위부 정맥혈전증이 폐색전증을 주로 발생시키고 심한 증세를 일으키므로 임상적으로 중요합니다.
한편 정맥혈전색전증은 기존 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주로 암이나 외상 및 수술 후 상태에서 발생합니다. 특히 최근 암 환자가 급증하면서 정맥혈전색전증의 위험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수의 환자에서 암 진단, 수술, 항암 및 방사선요법, 체력 약화로 인한 움직임 제한 등의 상태 변화가 있을 때 흔하게 발생합니다. 폐암, 췌장암, 혈액암(다발성 골수종), 뇌종양을 비롯해 모든 암 환자에서 정맥혈전색전증 발생률이 대개 수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다른 주요 발생 위험인자로는 선천적 요인, 후천적 혈액응고장애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  폐색전증의 증상 

혈전이 폐동맥을 막으면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흉통, 기침, 객혈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나고, 심한 경우 실신이나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의 주요 증세는 이환된 부위의 하지 부종, 통증, 발적인데, 증상의 위치가 혈전 부위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종아리에 증상이 국한되어 있으나 근위부 정맥혈전증인 경우가 종종 있고, 다리 전체에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종아리에 국한되어 있는 원위부 정맥혈전증인 사례도 있습니다.


  •  폐색전증의 진단 

먼저 가족력, 수술, 외상 등을 포함해 발생 위험인자들에 대한 면밀한 병력 청취가 필요하며, 특히 여성은 임신, 출산과 더불어 임신 중후기의 반복적 유산, 피임제 및 호르몬제제 복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항응고장애를 흔히 일으키는 항인지질항체증후군(antiphospholipid syndrome)과 유사 항체 및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약제(hydralazine, procainamide, phenothiazine, 피임약 등)의 복용 여부도 필히 청취해야 합니다. 최근 암의 병력이 있거나 암 관련 검사를 시행한 적이 있는지, 또 식욕 감퇴, 피로감, 통증이나 혈변, 객혈, 혈뇨 등의 증상도 면밀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폐색전증은 혈전증에 대한 피검사인 디-다이머(d-dimer)와 흉부 CT, 폐관류검사를 이용해 확진할 수 있습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진단의 확실성 강도를 구분한 뒤 도플러 초음파검사와 정맥조영술을 활용해 확진합니다. 진단의 확실성은 웰스 점수(Wells score)로 알려져 있는 8가지 항목을 각각 1점으로 평가해 3점 이상인 경우를 고 강도군, 1~2점인 경우 중간 강도군, 해당 사항이 없는 경우를 저 강도군으로 분류합니다. 심부정맥혈전증에 의해 폐색전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흉부 CT로 혈전을 확인하고, 심초음파를 시행해 우심실 확장 및 기능 부전 여부와 함께 우심실 압력이 증가했는지 확인한 뒤 혈전용해술을 시행할지 결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심부정맥혈전증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웰스 점수 8가지 항목>

1. 활동성 암(치료 중이거나 6개월 이내에 치료 또는 완화 치료를 받은 경우)
2. 무감각 또는 감각 이상 증세가 있거나 최근 하지 부상으로 고정치료를 받은 경우
3. 최근 4주 이내에 3일 이상 침상에 누워 지냈거나 큰 수술을 받은 경우
4. 다리 심부정맥을 따라 나타나는 국소 압통
5. 다리 전체의 부종
6. 통증이 없는 부위와 비교해 3cm 이상 비대해진 종아리 부종
7. 함요부종(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살이 꺼지지만 금방 회복되지 않는 경우)
8. 표재성 정맥의 측부순환 관찰


  •  폐색전증의 치료 

폐색전증의 예후는 중증도와 치료 시기에 따라 달라지므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합니다. 정맥혈전색전증 치료는 혈전의 진행과 폐색전증의 발생 및 악화를 방지하고, 재발성 혈전증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량의 정맥혈전증에 의한 정맥성 괴사(venous gangrene, phlegmasia cerulean dolens)를 막기 위해 다리 혈관을 통한 시술치료로 혈전을 제거하고 정맥의 흐름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치료 후기 합병증인 만성 혈전에 의한 정맥부전증이나 만성 혈전색전성 폐동맥고혈압(chronic thromboembolic pulmonary hypertension, CTEPH)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항응고요법은 모든 근위부 심부정맥혈전증에서 필요합니다. 항응고요법을 하지 않으면 수일에서 수주 내에 환자의 40~50%에서 폐동맥색전증으로 진행하고,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처음 진단 후 초기에는 헤파린 등의 항응고제로 주사 치료를 시행하다가, 먹는 항응고제인 와파린,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아픽사만, 아독사반 등으로 변경해 투여하면서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위험인자가 제거된 상태라면 최소 3개월간 치료를 유지하고, 장기 치료는 위험도와 이득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합니다. 근위부 심부정맥혈전증은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재발성 폐동맥색전증을 막는 것이 권고됩니다. 진행성 암이나 유전적 원인에 의한 위험인자가 제거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항상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항응고요법을 중단 없이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환자의 정맥혈전증 상태가 심한 경우, 출혈 또는 여러 요인으로 약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 항응고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하거나 폐동맥색전증 재발이 치명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하대정맥 필터 삽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혈전량이 많고 혈역학적 불안정성을 가진 환자라면 전신 혈전용해요법으로 혈전을 신속하게 녹이기 위해 좀 더 강한 혈전용해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최근 수술을 받았거나 출혈 병력이 있어서 전신 혈전용해가 금기되는 경우에는 시술적으로 폐동맥에 카테터를 삽입한 뒤 유도 혈전용해를 시행해 출혈의 위험도를 낮추거나, 흉부 절개 후 수술적 색전 제거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  폐색전증의 예방 

정맥혈전색전증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운동을 포함해 활동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하체 근력을 강화해 혈관에 피의 흐름이 정체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투약, 큰 질병으로 인한 치료(수술 포함), 스트레스 등을 받으면 인체에서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므로 예방 조치까지 필요할지 의료진과 면밀하게 의논해야 합니다.
폐색전증 병력이 있는 환자는 재발 또는 합병증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정기적인 추적 관찰, 임상 평가 및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재발성 폐색전증은 진단이 어렵고 약물치료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최초 진단 시 항응고요법 준수와 위험요인 교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환자는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의 증상을 인식하고, 약물 복용 및 추적 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반드시 교육받아야 합니다.


<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안철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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