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Hepat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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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암이란?
넓은 의미의 간암은 간세포암, 담도암 등 간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모두 포함하지만, 그중 간세포암이 약 80%로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말하는 간암은 간세포암을 의미합니다. 간암은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암이 자라는 속도가 빠르며, 주요 혈관을 타고 전이가 잘 되는 특성을 가진 악명 높은 암입니다.
간은 단백질 합성, 영양소 저장과 분비, 면역기능, 해독작용, 비타민 합성 등 수많은 기능을 담당하는 장기입니다. 그런데 간암 환자들은 오랫동안 만성 간 질환을 앓으면서 간 기능이 망가진 경우가 꽤 많습니다. 따라서 간암은 암의 진행 정도와 간 기능을 모두 고려해 다른 암과 달리 초기, 중간, 진행성 병기로 나뉩니다. 초기는 종양이 3개 미만이면서 가장 큰 덩어리의 크기가 3cm 이하인 경우, 중간 병기는 암 덩어리가 3개 이상이지만 간 내부 혈관 침윤이나 전이가 없는 경우이며, 혈관 침윤이나 전이가 나타나면 진행성 병기에 해당합니다.
- 간암의 증상
조기 간암의 증상으로 피로감, 전신 쇠약감, 소화 불량, 상복부에 느껴지는 뻐근함, 체중 감소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이런 증상으로 간암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습니다. 암이 좀 더 진행되고 간 기능이 떨어지면 복수가 찬다거나 심한 체중 감소, 황달이 나타납니다.
- 간암의 원인
간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만성 B형 간염과 C형 간염, 간경변증을 꼽을 수 있으며, 국내 전체 간암 환자의 65-70%는 B형 간염을 갖고 있습니다. B형 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염되며, 영유아기 백신 접종을 시작한 후로 국내 B형 간염 발생률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50대 이상에서는 B형 간염 보균자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모체 수직 간염, 즉 태어날 때 이미 어머니로부터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곧바로 감염된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간염 바이러스 자체가 정상 간세포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일종의 발암 요인으로 작용해서 간경변증 없이 곧바로 간암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간에 염증이 먼저 발생하고, 반복적인 염증과 재생으로 인해 간이 섬유화되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되었다가 간암에 이르는 단계적인 과정을 거칩니다. 이러한 과정은 만성 B형/C형 간염뿐 아니라 알코올성 간 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 다른 간 질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특이하게도 간암은 남성 환자가 약 80%로 압도적으로 많은데, 앞서 설명한 원인 질환에 술, 스트레스, 과로와 같은 생활습관 문제, 남성 호르몬이 간암을 더 잘 유발하는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 간암의 검사
만성 B형/C형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 만성 간 질환 같은 위험인자가 있다면 반드시 6개월에 한 번, 혈액에서 AFP(알파태아단백) 수치를 확인하는 종양표지자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다만 심한 간경변증이 동반된 간은 간 손상과 재생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절이 많기 때문에 초음파만으로는 암과 구별이 어려울 수 있어서 MRI나 CT가 활용되기도 합니다.
- 간암의 치료
초기에 발견할수록 완치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간암은 5년 내 재발률이 60%에 이를 정도로 재발이 흔하기 때문에 면밀한 치료 전략이 필요합니다.
초기에는 절제 수술, 고주파 열치료, 간이식 수술을 시도할 수 있으나, 간 기능에 문제가 없어서 절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전체의 15%에 불과합니다. 고주파 열치료는 초음파로 종양의 위치를 확인하고 주삿바늘을 꽂은 다음 고주파로 열을 발생시켜 암을 태워버리는 방법으로, 초기 간암이지만 간 기능이 다소 떨어져서 수술의 위험성이 큰 환자에서 시행합니다. 간 기능이 심하게 떨어져서 다른 치료를 시도하기 어려운 초기 간암 환자는 간이식 수술의 대상이 됩니다.
중간 병기에서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은 간동맥 화학색전술입니다. 대퇴동맥을 통해 도관을 넣어 간동맥에 위치시킨 다음 약물을 주입해서 암세포에 혈액과 영양 공급을 차단해 암을 괴사시키는 방법입니다. 이후 경과를 살펴 암이 괴사된 정도에 따라 반복적으로 색전술을 시도할 수 있으며,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약물치료, 방사선치료 등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진행성 병기에서는 대개 약물치료와 방사선항암 동시요법이 시행됩니다. 전통적인 항암제는 간암에서 별 효과가 없었던 반면, 최근 10-15년 사이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가 개발되면서 간암에서 약물을 이용한 전신치료의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약 4-5명 가운데 1명 정도에서만 약물치료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다양한 신약 치료가 활발히 시도되고 있어서 향후 간암 생존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방사선항암 동시요법은 커다란 암 덩어리가 간문맥을 침범한 진행성 간암에서 치료 효과를 보이며, 진행성 간암 환자의 생존 기간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과거 시술이나 약물 치료가 여의치 않은 진행성 간암에서 통증을 감소시키는 데 머물렀던 방사선 치료의 역할이 완치 가능한 수준까지 확장되고 있다 하겠습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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