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
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NMO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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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이란?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NMOSD)은 중추신경계에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중추신경계에 염증이 발생하여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Myelin)라는 물질이 탈락하면서 발생합니다. 인구 10만 명당 약 3명 정도에서 발생하는 매우 드문 질환입니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30~40대에 가장 흔하고, 특히 동양인에서 유병률이 더 높습니다. 전체 환자의 약 90%가 여성인 만큼,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합니다.
-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원인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환자의 약 80% 정도는 항아쿠아포린-4 항체(anti-aquaporine-4 antibody, AQP4-Ab)가 양성이며, 이 항체가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을 일으키는 병적 항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원래 병균,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로부터의 침입에 대해 반응하고 우리 몸을 방어해야 하지만, 면역체계가 잘못되면 항아쿠아포린-4 항체와 같이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항체를 만들게 됩니다. 이 항체는 뇌와 혈관을 구분하는 막(blood-brain barrier, BBB)을 구성하고 있는 별아교세포(astrocyte)에 존재하는 아쿠아포린-4에 결합하고 보체(complement)와 함께 염증을 일으켜 신경의 수초를 탈락시키고 신경 손상을 초래합니다. 하지만 항아쿠아포린-4 항체가 만들어지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증상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증상은 중추신경계 중 염증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다양합니다. 주로 시신경, 척수, 뇌간의 맨아래구역에 병변이 많이 발생하고, 증상은 대부분 24시간 이상 지속되며, 수일에서 수주에 걸쳐 악화되는 경과를 보입니다. 보통 심한 증상으로 나타나며, 여러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시신경염, 척수염, 맨아래구역증후군이 가장 많이 나타나며, 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시신경염: 한쪽 눈 또는 양쪽 눈의 시력이 갑자기 저하되거나 시야가 점차 좁아지거나 부분적으로 안 보이는 암점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뿌옇게 흐려진다거나 색상 이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안구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심한 경우 시야가 완전히 흐려져 검게 보일 수 있으나, 통상적인 안과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 척수염: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저림 또는 무딤과 같은 감각 이상이 발생할 수 있고 배뇨, 배변, 성기능 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힘이 빠지는 증상은 하반신, 사지, 편측 하지 또는 상하지 등 여러 가지 패턴으로 발생할 수 있고, 증상의 정도도 다양합니다. 심한 경우 다리의 근력저하 또는 위치감각 이상으로 균형을 잡지 못해 독립적인 보행이 어려워지며, 배뇨 또는 배변이 되지 않거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고개를 숙일 때 등 쪽으로 전기가 오르는 듯한 통증을 경험하기도 하고, 특히 목 주변의 척수(경수)에 염증이 발생하면 뒷목이나 등의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뇌간 맨아래구역 증후군(areapostrema syndrome): 뇌간 중 맨아래구역에 염증이 발생하면 딸꾹질, 구역, 구토가 수일 이상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당수의 환자들이 내과에 방문해 내시경 검사까지 시행하지만, 위장관에는 이상이 없었던 경험을 합니다.
- 기타: 그 외에 뇌간에 병변이 발생하는 경우 겹보임, 구음장애, 삼킴장애, 실조, 어지럼, 안면마비 또는 감각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드물게 수면장애, 인지기능 이상 등의 뇌기능 이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진단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은 그 증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처음 진단할 때 체계적인 신경학적 진찰과 검사로 병변의 위치를 찾아내고 다른 질환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최근 20년 사이 항아쿠아포린-4 항체를 검출하는 방법이 개발됨으로써 보다 정확한 조기 진단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판단해야 합니다.
- 신경학적 진찰: 환자의 증상을 토대로 병력을 청취하고, 신체 진찰을 통해 증상 및 증후를 확인합니다. 운동기능평가, 감각기능평가, 실조평가, 시력 및 시야 평가 등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시신경, 척수, 뇌 등 중추신경계 중 병변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부위부터 MRI 검사를 시행합니다. 정확한 병변 위치를 확인하고, 병변의 범위, 모양, 조영증강 정도를 통해 다른 질환과 감별할 수 있습니다. 다만 MRI 촬영만으로 확진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보다 정확한 감별진단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 뇌척수액 검사: 뇌와 척수를 감싸고 있는 막에 채워져 있는 뇌척수액을 채취해 신경 주변으로 염증이 발생하였는지 확인하고, 감염 등 다른 질환과 감별할 수 있는 검사입니다.
- 항체 검사: 항아쿠아포린-4 항체라는 질병에 특이적인 항체를 혈액검사를 통해 검출합니다. 특히 생세포기반 유세포분석과 같은 정확한 검사방법을 사용한다면 검사의 정확도, 특이도가 매우 높아 매우 높은 확률로 진단이 가능합니다. 다만 환자의 약 80% 정도만 항아쿠아포린-4 항체가 검출되며, 이 항체가 없는 경우에도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진단기준을 만족하는 경우가 있어서 검사 결과를 해석하고 진단할 때 주의해야 합니다.
-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치료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치료는 급성기 발병치료와 장기적 재발방지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성기 치료는 발병 당시 증상을 최소화하고 회복시키기 위한 치료입니다. 특히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은 증상이 매우 심하고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급성기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회복과 예후에 중요합니다. 그리고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은 지속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90% 이상 재발하여 장애가 축적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면역억제치료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장기적 면역억제치료는 각 치료의 장단점이 있으니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 치료를 결정합니다.
1) 급성기 치료
- 스테로이드 정맥주사: 스테로이드는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강력한 약물입니다. 스테로이드 정맥주사는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급성기 치료 중 가장 먼저 시도하는 치료로, 통상적으로 3~5일 동안 시행합니다.
- 혈장교환술: 스테로이드 정맥주사 치료 이후 충분한 증상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혈장교환술 또는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IVIG)를 시행합니다. 혈장교환술은 혈관에 카테터를 넣은 다음 필터를 통해 혈액에서 나쁜 면역물질을 제거하는 치료입니다. 입원하여 약 2~3주에 걸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증상 회복이 더디다면 최대한 빨리 시행함으로써 빠른 회복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혈장교환술 이후 IVIG를 추가로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IVIG): 정맥을 통해 면역글로불린을 주사하여 신경 손상을 일으키는 자가면역물질을 줄이는 치료로, 보통 2~5일에 걸쳐 치료합니다. 약 1~2주 안에 빠른 치료 효과를 나타내며, 길게는 약 한 달까지 효과가 지속됩니다.
2) 장기적 재발방지치료
- 경구 면역억제제: 장기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경구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경우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경구 스테로이드의 사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할 목적으로 경구 면역억제제를 사용합니다. 아자싸이오프린, 미코페놀레이트 모페틸과 같은 면억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고, 매일 1회 또는 2회 복용합니다.
- 항체 치료제: 항아쿠아포린-4 항체를 생성하는 면역세포를 박멸하거나(리툭시맙. 이네빌리주맙), 면역세포 간 신호전달을 차단 또는 염증반응을 억제하거나(사트랄리주맙), 보체의 염증반응을 차단하는(에쿨리주맙, 라불리주맙) 최근 개발된 항체 치료제를 사용하면 경구 면역억제제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재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정맥주사 또는 피하주사로 투약하며, 치료 주기도 2주에서 6개월 이상까지 약제별로 다양합니다.
3) 대증치료
- 근력저하, 보행장애, 배뇨/배변장애 등 일상생활 기능의 장애가 있는 경우 재활치료를 시행해야 합니다. 또한 통증, 이상감각 등의 증상은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적절한 강도의 꾸준한 운동은 후유증상을 개선시켜 기능장애를 호전시킬 수 있고 다른 합병증 발생을 관리하는 데에도 중요합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권영남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