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진통제로 버티는 질환 아닙니다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두통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

두통은 ‘현대인의 병’이라 불릴 만큼 흔하다. 많은 사람들이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해 진통제로 버티고 지나가지만, 두통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치료가 필요한 질환일 수 있다. 특히 두통이 반복되면 업무와 학습 능률이 떨어지고, 우울과 불안, 수면 장애가 동반되면서 삶의 질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두통이 뇌출혈이나 뇌경색 같은 중증 질환의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다.


두통은 크게 일차두통과 이차두통으로 나뉜다. 일차두통은 다른 질환 없이 나타나는 두통으로 편두통과 긴장형두통이 대표적이다.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통증이 반복되며 만성화되는 환자도 적지 않다. 반면 이차두통은 다른 질환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두통이다. 뇌경색이나 뇌출혈, 뇌척수액 누출 같은 신경계 질환뿐 아니라 약물이나 특정 물질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두통을 오래 참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 두통을 병이라기보다 피곤해서 생기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두통처럼 통증 강도가 큰 경우에는 빛이나 소리, 냄새에 민감해지고 메스꺼움과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이때는 일상생활이나 업무, 학습이 사실상 어려워질 정도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두통을 진통제로 버티는 습관도 문제다. 진통제를 자주 사용할수록 오히려 두통이 더 잦아지고 오래 지속되는 약물과용두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통제는 필요할 때 초기에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일반적으로 주 2일, 한 달 기준으로 8~10일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권장된다. 두통이 심해 약을 줄이기 어려운 경우에는 병원에서 약물 중단 치료를 통해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다음과 같은 두통은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위험 신호다. 갑자기 시작해 수분 내 최고 강도에 도달하는 두통, 살면서 경험한 것 중 가장 심한 두통, 평소와 완전히 다른 양상의 두통이 나타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마비나 저림,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시야장애나 경련, 의식 저하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면 더욱 신속한 평가가 필요하다. 발열이나 목 경직, 기침이나 힘주기, 운동으로 악화되는 두통, 자세에 따라 심해지는 두통도 위험 신호일 수 있다. 또한 임신 중이나 출산 후 새로 발생한 두통, 50세 이후 처음 시작된 두통, 외상 이후 발생한 두통, 암 병력이나 면역저하 상태에서 새롭게 나타난 두통 역시 즉시 진료가 필요하다.


두통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한 이차두통을 먼저 배제하는 것이다. 두통이 시작된 방식과 동반 증상, 외상 여부, 자세 변화나 운동과의 관련성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혈압 측정과 신경학적 진찰을 진행한다. 필요할 경우 CT나 MRI 같은 영상 검사를 시행하고 감염이나 뇌압 이상이 의심되면 뇌척수액 검사까지 고려한다. 반대로 전형적인 편두통이나 긴장형두통의 양상이고 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면 불필요한 검사를 반복하기보다 치료와 생활관리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두통이 발생했을 때 통증을 빠르게 멈추는 급성기 치료, 그리고 두통이 반복되는 경우 발생 빈도를 줄이기 위한 예방치료다. 두통이 한 달에 4~8일 이상 발생하거나 빈도는 적어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경우 예방치료를 시작한다.


최근에는 편두통의 주요 기전으로 알려진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두통 치료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기존 예방약의 반응률이 약 40% 수준이었다면 CGRP 표적 치료제는 약 75% 환자에서 두통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다.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비율도 기존 약보다 낮은 편이다. 다만 이러한 치료제가 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생활습관 관리가 여전히 중요하다.


두통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며, 처음에는 주 3회 정도 유산소 운동을 시작하고 점차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예방 효과가 더 좋아질 수 있다. 또한 개인마다 두통을 유발하는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강한 빛이나 소리에 민감한 경우 선글라스나 귀마개를 준비하고, 저혈당이 유발 요인이라면 간단한 간식을 챙기는 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통은 참아야 하는 증상이 아니라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반복되는 두통을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로 넘기기보다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일상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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